영세 제조업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본래 취지 벗어나 안전 사각지대 양산
고압→저압 변경에 따른 안전관리자 미선임으로 빠진 비용 ‘이익’으로 둔갑
영세 제조업체들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합리적인 요금체계 구축을 위한 한전 수전합리화 사업이 본래 취지를 벗어나 안전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을 컨설팅하는 일부 업체들이 안전관리자 미선임에 따른 비용 미사용분을 기업의 ‘이익’으로 표현하는 등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기기술인협회 등 전기안전 관런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수전합리화 사업은 산업용(을) 고압 수전설비를 산업용(갑) 저압수전설비로 변경함으로써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수전합리화 사업을 통해 고압 수전설비를 저압 설비로 교체하면 요금체계 변경 등에 따라 전기요금을 일정 부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전기공급방식 변경을 통한 전기요금 절감은 왜곡된 기존의 요금체계를 정비하고, 산업현장의 전기요금 절약 등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저압 전기공급약관을 살펴보면 지난 2008년 당시엔 계약전력의 합계가 200kW 미만인 경우 저압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이후 2010년 약관 개정을 통해 1 전기사용장소 내의 계약전력 합계 500kW 미만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이는 올해 1월 ‘1000kW 미만까지 저압으로 공급시 1 전기사용계약단위의 계약전력이 500kW 미만이어야 한다’고 개정된 최근까지도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해당 조건에 맞는 제조업체가 고압(산업용(을))을 저압(산업용(갑))으로 변경할 경우 kW당 8320원인 고압A 기본요금은 저압으로 변경 시 5550원으로 2770원이나 낮아진다. 약 2/3 정도의 기본요금 인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시간대별 전력량요금도 경부하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전기요금’만 놓고 보면 확실하게 절약이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고압수전설비를 저압으로 교체하고, 전기요금 체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데에 있다.
우선 고압에서 저압으로 요금체계를 바꿀 경우 ‘저압 자가용전기설비’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에서 면제된다. 전기사업법은 ‘기업의 고용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해 저압을 이용하는 제조업 및 제조 관련 서비스업에 설치하는 전기수용설비에 대해서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이 면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압을 저압으로 바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전관리자를 더 이상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관리 대상에서 빠진 설비는 이후 그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안전관리 대행업계에선 과거 계약전력 200kW까지만 저압으로 변경을 허용했던 당시엔 영세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 완화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현재 계약단위 당 500kW로 1000kW 미만까지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선 이러한 명분마저 퇴색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기기술인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용량별 산업시설의 저압 전기설비는 75kW~100kW 구간이 3만9211곳, 100kW~200kW가 6만5521곳에 달한다. 200kW~300kW는 7667곳, 300kW~500kW는 1888곳, 500kW~1000kW는 172곳이었다.
200kW 이상 1000kW 미만 구간에 해당하는 약 1만여 곳의 저압 전기설비가 ‘안전 공백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산업단지내에 설치된 저압 자가용전기설비의 경우에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되, 산업단지의 범위를 국가산업단지 등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조제8항에 따른 산업단지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전합리화 대상이나 기준 등을 보다 촘촘하게 정비해 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사고 위험 및 사고로 인한 파급 위험이 큰 현장은 저압 설비라도 안전관리자 선임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설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