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이미지
안전소식
총 : 57건
대한민국, 계속되는 지진에 무방비상태
등록 : 2017-11-22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구글플러스

대한민국, 계속되는 지진에 무방비상태

국내 건축물 5개 중 1개만 내진설계…지진 사각지대 여전


지난해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역대 두 번째다.
불과 1년만에 발생한 지진이지만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이재민 지원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 당시 ‘늑장 대응’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가장 달라진 건 긴급재난문자였다. 기상청은 포항지진관측소에서 지진을 최초로 관측한 후 약 23초 뒤인 2시 29분 57초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최초 관측 후 문자 발송까지 무려 8분이 넘게 걸린 경주 지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 같은 변화는 재난문자송출체계를 기상청으로 일원화했기 때문이다.
조속한 초동 대처와 달리 건축물 내진성능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법개정을 통해 내진설계 대상은 점점 확대됐지만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인 건물이 많고, 전체 내진율도 20%대에 불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8년 내진설계 도입돼 갈수록 강화…여전히 사각지대 존재
우리나라에 내진 설계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1988년에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물에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1995년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으로 확대됐고, 2005년에는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으로 강화됐다. 이후 2015년에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개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진도 5.8) 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은 더욱 강화됐다. 올해 2월부터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물로, 오는 12월 1일부터는 200㎡ 이상 건물로 범위가 더 넓어졌다.
내진설계 대상은 갈수록 늘어났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건물이 많다. 기존 건축물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과 1988년부터 2004년까지 지어진 6층 미만의 건물, 2005년부터 2016년까지 3층 미만의 건물 등은 모두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시 정부는 국내는 지진에 피해가 없는 나라로 인식, 지진에 버틸 수 있는 기준을 진도 5.0으로 규정했다. 지진 규모 5.0에 견딜 수 있도록 한 규정은 2015년에 5.5~6.5에 대비하도록 강화됐다. 그러나 당시 규정에 맞게 지어진 건물이라도 오래되거나 저층건물은 이번 포항처럼 지진 규모가 5.0을 넘을 경우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국내 건축물 내진율 20.6% 저조…부산·대구·강원 지진 취약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내진 대상 건축물 273만8172동 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은 56만3316동(20.6%)으로 나타났다. 현재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한 건물이 5개당 1개꼴이라는 얘기다.
공공건축물은 내진 대상 8만8370동 중에 2만2221동(25.1%)만 내진성능이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건축물은 이보다 더 낮다. 264만9802동 중 20.4%(54만1095동)만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가장 취약했다. 대상 건물 21만8415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은 2만9903동(13.7%)에 불과했다. 대구(15.7%)와 강원(15.8%)도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 많았다.
경주와 포항 등 지난해부터 지진 피해가 큰 경북 지역 내진율은 20.9%였다. 서울 역시 내진설계가 확보된 건물이 18.5%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내진 설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전체 대상 8663동 중 34.9%인 3020동에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낮은 내진확보율에 대해 국토부는 “내진설계 건축물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건축 허가 당시 대상이 아니었던 건축물이 현재 포함되면서 내진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진 발생 이후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고 내진성능 확보 방안을 강구했지만 여전히 지진 발생에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다”며 “기준이 강화되더라도 기존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건축주로 하여금 자발적인 내진성능 확보가 이뤄질 수 있는 세제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놀이기구·철도시설 지진 취약…정부 2020년까지 내진율 54% 목표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불과 1년만에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낮은 내진율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학교,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은 여전히 낮은 내진율로 인해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개한 ‘공공시설물 내진성능확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만9558동의 학교 가운데 내진보강이 된 학교시설은 6829동(확보율 23.1%)에 그쳤다. 학교시설물 10개 중 7곳이 지진발생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행안부의 공식집계로는 전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3.7%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공공건축물과 철도·가스·도로·병원·수도 등 인프라시설이 포함됐다.
행안부가 분류한 31종의 공공시설물 가운데 학교시설은 놀이기구(13.9%)에 이어 두 번째로 내진설계율이 낮다.
원자로와 관계시설은 98.4%, 발전용 수력·화력설비, 송전·배전·변전설비는 88.8%로 확인됐다. 도시철도가 81.4%의 내진율을 보인 반면 철도시설은 41.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 도로시설물 내진율은 전체 2만3437개 중 58.4%, 병원시설은 2811개 중 65.2%, 공항시설은 412개 중 66.3% 등이다.
정부는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따라 내진보강을 실시하고 있으나 2009년 37.3%에서 지난 2014년 40.1%로, 지난해 43.7%로 증가하는 데 그쳐 속도가 더디다.
특히 행안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2020년까지 건축물 내진율을 49.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포항 지진을 계기로 오는 2020년까지 당초 계획인 1조7380억원보다 63% 증가한 2조8267억원을 투입해 내진율을 49.4%에서 54%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학교시설의 내진설계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은 2034년으로 잡고 있어 내진확보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공항 내 내진성능확보 대상 전체시설물(145개소)에 대해 이미 2012년에 보강이 마무리됐고, 지난 2015년 9월 건축법 개정에 따른 추가 시설물(46개소)에 대해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철도의 경우 내년도 예산 185억원을 올 하반기부터 조기 집행해 교량·건축물 등 일반철도 시설물 89개에 대한 내진보강사업을 추진 중이다.

◆필로티 구조 건축물 지진 취약…내진성능확보 필수
특히 이번 포항 지진에서는 필로티 구조의 주택이 심하게 훼손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티 구조는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저층 다세대·연립주택을 일컫는다.
윤영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국 도시형생활주택의 1만3933단지 중 88.4%인 1만2321단지가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필로티 구조의 주택이 많은 이유는 건물 1층에 외벽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건축물의 주차 기준이 강화되면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인기가 높아졌다.
문제는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은 수평하중을 받게 되는데 필로티의 경우 외벽이 없어 1층 기둥에 에너지가 집중돼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에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19일 한강 홍수통제소에서 ‘포항 지진 비상대책 회의’를 열어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필로티 건축물의 안전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손 차관은 “이번 지진으로 필로티 건축물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기존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작성 : 2017년 11월 21일(화) 09:58
게시 : 2017년
 11월 22일(수) 10:05

이석희 기자 xixi@electimes.com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십시오.

(or press ESC or click the overlay)

주소 : 우)08805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40(남현동 1056-17), 대표전화 : 1899-3838
Copyright 2016 Korea Electric Engineers Association all right reserved,사업자번호:120-82-02744